[정규섭 기자의 취재현장에서] 탈북자와 윗동네 출신
지난 10일 아침 이른 시간 락포트 지역의 일천만 농장에서 열린 중서부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영농출정식에 참석하기 위한 30여명의 관계자들을 태운 버스가 나일스에서 출발했다. 당시 차량에는 북한이탈주민 3명이 동승했다. 1시간 가량의 운행시간 동안 이들과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당일 탑승자들은 이들을 부르는 호칭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통상적으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탈북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당시 차량에 탑승했던 이탈주민들은 탈북자라는 호칭에 달갑지 않은 표정을 보였다. 그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을 ‘윗동네’에서 온 사람들이라 소개했다. 지난달 재외동포언론인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 방문 일정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의 한국 정착을 지원하는 ‘하나원’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하나원 한기수 원장은 “탈북자란 용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어 ‘새터민’이라는 순 우리말로 된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이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사용하기를 거부했다”며 “현재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탈북자의 법적용어인 ‘북한이탈주민’으로 통칭하고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결국 같은 말이다. 이들은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 오랜기간 중국과 동남아 등지를 떠돌다 한국 또는 제3국으로 정착한 뒤에도 일부가 현지 사회에 동화되어 스며들지 못하는 것은 바로 기득권을 가진 각 사회가 만들어 놓은 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등과 같은 용어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1997년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이란 북한에 주소·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을 두고 있는 자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에 따르면 북한을 탈출, 한국으로 입국하거나 송환되어 정착지원시설 하나원을 수료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은 더 이상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다. 또한 한국이 아닌 제3국을 선택했더라도 해당 국가의 국적을 취득한 경우 북한이탈주민이 아닌 것이다. 이때부터는 북한 출신의 현지인이 되는 것이다. 서울 출신, 영남 출신, 호남 출신 하는 것처럼 북한을 탈출한 황해도출신, 함경도 출신이 맞는 표현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시선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이들 또한 한인사회 일원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영농출정식에 참석한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신들을 소개할 때 그리고 영농사업계획을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 시간에도 공식적으로 ‘윗동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자신들은 한인사회 일원으로 그저 ‘윗동네(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 정착 기간이 5년 이상 된 이들 중에서는 이미 건설분야에 종사하거나 배달 전문 꽃집을 운영하는 등 자리를 잡고 한인들과 똑같이 생활하는 이들도 있다. 한인사회와 동화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인사회는 이들을 탈북자라는 시선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있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정치적 또는 사상적인 이유, 가족을 위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추구하는 삶을 위해 등 북한을 탈출하게 된 배경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를 찾아 통제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가족의 생사를 뒤로 하고 목숨을 걸고 탈출했다는 것에는 말로 할 수없는 공통된 그 어떤 것을 이들은 가슴에 새기고 있을 것이다. 이번 영농출정식에 참석했던 윗동네 출신들이 한인들을 바라보는 눈 빛들은 마치 지난달 하나원을 방문했을 당시 입소해 있던 북한이탈주민들의 눈 빛과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을 보는 시선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 것인가를 찾기 위한 눈 빛.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신들도 우리와 같은 일원이 될 수 있을 까 하는 기대에 섞인 눈 빛을 … 대한민국 그리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를 포함한 한인사회 각 단체 그리고 미디어 등에서 이들을 정의하고 호칭하기 위해서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들을 울타리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이 아닌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